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난생 처음 먹어 본 생선구이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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LasVegas Fever
2023.08.06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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난생 처음 먹어 본 생선구이

어릴 적부터 생선 냄새가 싫었다. 꼬꼬마 시절부터 집 안에 생선 냄새라도 날라 치면 싫다고 역겹다고 방방거리고 웩웩대며 난리 부르스를 치던 기억이 있다.

학창 시절 친구 집에 놀러갔을 때 생선 냄새가 나면 뒤도 안 돌아보고 그 집을 나왔었다. 

어른이 되어 일식집에 갈 일이 생기면 곁들임 반찬, 일명 스끼다시에 나온 꽁치 한 마리를 보고 아무 죄 없는 서버 언니에게 도로 가져 가라고 인상 쓴 기억도 생생하다.

나는 그만큼 생선이 싫었다.

나이 50이 넘으니 오메가 3를 섭취하지 않으면 큰 일 날 것 같은 기사를 종종 읽는다. 오메가 3가 풍부한 음식이 뭐가 있을까? 그렇다. 등푸른 생선과 견과류, 내가 제일 싫어하는 두 가지 음식에 오메가 3가 풍부하단다. 그렇다고 안 먹던 걸 찾아 먹자니 자존심(?)이 상했다. 요즘이 어떤 시대야? 영양제가 있잖아? 좋을 세상일세!! 곧바로 인터넷으로 가장 비싸다는 오메가 3를 구입했다. 구입만…했다. 60 캡슐 한 병을 다 먹는데 장장 1년이 걸렸다.(솔직히 말해 먹다 먹다 남아서 버렸음)

어느날, TV를 보다가 한국 예능도 드라마도 시시해 가장 즐겨보는 다큐멘터리를 틀었다. 생선구이 골목에 관한 내용이었다. 평소대로라면 TV 속에서 조차 보기 싫은 게 생선이었는데 그 날은 무슨 이유인지 내 두 눈과 모든 뇌 활동이 화면에 비치는 생선에 콕 박혀버렸다.

순간, 생선이 먹어보고 싶다는 강한 욕구가 단전 깊숙한 곳에서부터 올라왔다. 내가 미쳤나? 왜 이러지? 나이 먹어 안 하던 짓 하면 죽는다는데.. 나 내가 무서워, 잉잉. 평생 생선의 ㅅ자만 봐도 치를 떨던 사람이 갑자기 생선이 먹고 싶어 안절부절한다고?????

한 밤중에 보던 TV라 날이 밝고 일을 하러 가서도 온통 생선 생각만 머리에 가득했다. 참 웃기고 기가 찰 일이었다. 무슨 번개를 맞은 양 하루종일 과연 어느 식당을 가야 가장 맛있는 생선구이를 먹을까 하는 고민이 찰라의 인생 목표가 되어버렸다. 라스베가스 아니 미국, 한국 어느 곳에서도 생선을 먹어 본 적 없으니 알 방법이 없었다. 인터넷을 뒤졌다. 그동안 가 본 식당 중 메뉴에 생선이 있었던가 기억해 내고자 안간힘을 썼다. 지금 생각해도 참 희한한 일이었다. 무슨 마약쟁이가 약을 찾듯이 오직 생선구이를 먹어야겠다는 생각 외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.

평소 즐겨 가던 순두부 집에 반찬으로 나오던 코딱지만한 생선이 떠올랐다. 그래, 그 정도면 도전할만 하겠다. 번개같이 차를 몰아 말 그대로 식당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. 메뉴판을 보자 딱 생각이 바뀌었다. 코딱지만한 크기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. 순간 흠칫, 약간 멈칫, 아직까지 고등어나 이면수같은 등푸른 생선은 좀 무리이고 조기구이, 너란 놈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. 순두부와 생선 콤보를 시키고 따로 조기구이를 추가했다. 사진에는 한 마리만 보이지만 실제로는 두 마리가 나왔다. 생각보다 크기가 커서 덜컥 겁이 났다. 우씨.. 순간 잠시 쫄았다.

미친듯이 도전정신이 들어 상 앞에 앉기는 했지만 마음을 다잡고 크게 심호흡 한 번 했다. 비릿한 냄새가 먼저 코끝을 찔렀다. 싫지 않았다. 조심스레 한 입 물었다.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났다. 엄마 나 왜 이래?ㅠ 생선이 왜 맛있어? 생선 먹으라며 그렇게 어르고 달래고 협박해도 꿈쩍않던 난데, (참고로 부모님이 부산 출신이라 온 식구가 생선에 미쳐있음. 반찬에 생선 없으면 죽어버림. 그래서 나랑 맨날 싸움) 나이 50 훌쩍 넘어 왜 생전 안 하던 짓을 하는거야? 스스로 하염없이 의아해 하며 우걱우걱 생선을 먹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.

라스베가스에서 제법 유명한 한국식당 중 하나인 Mr.Tofu는 반찬이 많기로 유명하다. 주인이 누구인지, 반찬을 누가 만드는지 알 방법은 없지만 메인 음식보다 반찬을 더 좋아하는 나로서는 최애 식당 중 하나가 분명하다. 미국 친구들 데려가 촤르르 펼쳐진 반찬 가짓 수에 눈 똥그라지게 놀라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키득대는 것도 내가 즐기는 포인트 중 하나이다. 평소라면 코딱지만한 생선은 서버 언니에게 돌려 보내거나 같이 간 사람이 있다면 그 친구에게 주기 일쑤였는데 오늘만큼은 거짓말 조금 보태 내 팔뚝만한 생선 세 마리를 앞에 놓고 뿌듯해하고 있다.

아무리 생각해도 참 신기하고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다. 생선이 이렇게나 맛있는 음식이었던가? 김치 러버인 내가 고등어 김치찜이나 꽁치 김치찌개 같은 건 손도 못대지 않았던가 말이다. 나이가 들어 입맛이 변했던, 안 하던 짓을 해 죽기 일보 직전이던 어쨋든간에 생선은 맛있었고 오직 그 일에만 집중했다. 사진이 지저분하게 나오던 말던 후딱 찍고 먹는데 정신이 팔렸다. 창피함과 쪽팔림을 감수하고 몇 번이나 리필하던 반찬에도 손이 많이 가지 않았다. 

후아 잘 먹었다. 결국에는 세 마리 다 먹지 못하고 한 마리는 포장해 왔다. 냉장고 안에 차갑게 누워있던 한 마리는 결국 먹지 못하고 쓰레기 통으로 갔지만 말이다. 총 53불이 나왔다. 혼자 먹은 한 끼 치고는 비싸다. 나도 안다. 세트 메뉴에 추가 조기구이까지, 당연히 비싸지. 하지만 내 평생 한 번 먹은 푸짐한 생선구이에 절대 후회란 없다. 맨날 이렇게 먹으면 망하겠지, 거지 꼴을 못 면하겠지. 하지만 나 열심히 일하잖아, 투잡 쓰리잡 하잖아, 단지 먹고 싶은 거 먹으려고 말이야 호호호. 돈이 문제가 아니라 먹고 싶어도 근처에 한국 식당이 없어 먹을 수 없는 속상한 분들께 죄송할 따름이다. 한편으론 또 걱정이다. 광고니, 협찬이니, 나도 협찬이든 광고든 좀 받았으면 좋겠어요. 내돈 내산 먹고 살기 힘들다구요!!!!!

그리고 몇 달이 흘렀다. 아직까지 다시 생선구이를 찾진 않았다. 가만 생각해보니 생선구이를 난생 처음 먹기 바로 직전 몸이 많이 아팠다. 이유도 모르고 갑자기 쓰러져 일주일 간 사경을 헤매다 겨우 정신을 차렸을 때 생각난 게 바로 평생 안 먹던 비릿한 생선구이였다. 원인도 이유도 모르겠지만 지금도 혼자 피식피식 웃음이 난다. 온 몸 구석구석이, 세포 하나하나가 간절히 원한다는 게 뭔지 실감했기 때문이다. 아직 죽지 말라고, 그거 하나 먹으면 살아 날 수 있다는 신의 계시였까? 종교도 없는데? 모르겠다. 그게 왜 하필 생선구이였는지도 알 방법이 없다. 다만 갑작스런 식욕에 게걸스럽고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뿌듯하다. 어디 머나 먼 시골에 살아 갈 식당조차 없었다면 목 놓아 통곡했을 것 같아 고맙기 짝이 없다. 안 하던 짓을 갑자기 한다고 반드시 죽진 않는다는 검증을 한 시간, 내가 라스베가스 살아 행복한 이유 중 하나이다.

 

 

칼럼니스트 티나 김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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